#1. 여름엔 무얼 먹어야 맛있을까?
여름에는 더운 밥으로 땀을 쫙 빼면서 이열치열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 뜨거운 음식을 먹는 건 너무 싫다 주의에요. 살은 안 빠지지만 심적으로 입맛도 없어지는 것 같고 최근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후덥지근한 사우나 날씨를 제대로 느끼다보니 시원한 음식이 한가득 땡기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시는 분들에게 이색 맛집을 소개해보고 싶어서 방문 후기를 가져왔습니다. 합정역 맛집 '고미태'에요. 8번 출구로 나와서 망원역 방면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가게입니다.
[고미태]
o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41, 1층 고미태 (합정동)
o 운영시간: 12:00 ~ 20:30 (브레이크 타임 14:30 ~ 17:30)
- 일요일 휴무
o 주차 공간 별도 없음
합정 맛집 고미태는 작은 공간에 주방을 둘러싼 바 테이블로 되어있는 식당입니다. 계절 별 맞는 면요리를 만들어서 단품으로 제공하는 식당이에요.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를 준비했는데요. 메뉴가 좀 특이하게도 '닭콩국수' 였습니다. 평소 콩국수도 좋아해서 자주 먹기 때문에 닭콩국수는 어떤 맛일까 너무 기대가 되었어요. 그런데 가게가 워낙 작다보니 주말에 방문하면 웨이팅이 있습니다. 문앞에 걸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다 보면 들어갈 수 있어요.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서 버스를 타지 않지만 정류장 의자 구석에 앉아서 꽤 오랜 시간 기다렸던 것 같아요. 날도 너무 더운데 땀 흘리며 앉아 있다가 가게로 들어가니 시원한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주문은 문 열자마자 입구에 바로 배치된 키오스크에서 진행합니다. 단품 메뉴라고 해도 음료 등 추가적으로 선택 후 선결제를 진행하는 시스템이에요. 제 남자친구는 면 요리를 먹을 때 항상 면추가를 해서 먹는 편인데 키오스크에서는 면 추가 메뉴가 따로 없어서 많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을 남깁니다.
단품 계절면요리의 가격은 9,000 원 입니다. 적당히 한 끼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서 이 부분도 참 좋았어요. 단일 메뉴이기 때문에 빠르게 결제 후 배정받은 자리에 착석하면 금방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이랍니다. 자리마다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혼자서 밥을 먹더라도 나름의 안정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 물에서도 여름 향기가 느껴집니다.
특이했던 것 중 하나가 참외 껍질을 넣은 물을 제공한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이 기다란 게 뭘까 했는데 컵에 물을 따르자마자 참외 향이 한가득 나서 참외 껍질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에 이렇게 넣어 먹을 수도 있구나 했었는데 은은하게 참외 향이 풍기는 것이 여름이 담겨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신선하고 좋았어요. 깔끔하게 물을 먹고 싶은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으나 이색적이고 좋았습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시니 빨리 메인 메뉴가 나왔으면 싶은 것이 더 기대되고 그렇더라고요. 전체적인 식당의 분위기는 점잖고 조용해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기에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저와 같이 밥을 먹은 팀들이 유독 조용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나 동행인과 소근소근 이야기하며 메뉴를 기다렸습니다.
#3.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콩국수!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받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면만 바로 삶아서 내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다리다가 맞이한 국수의 자태는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닭콩국수가 뭘까 싶었는데 닭을 고아 만든 육수에 콩국수를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닭육수로 베이스를 삼아서 그런가 기름지지도 않고 깔끔 담백한 콩국수를 먹어볼 수 있었어요.
보통의 콩국수는 진하고 걸쭉한 콩물이 부어져서 국수를 말아먹는 것인지 비벼먹는 것인지 이런 느낌이 든다면 여기서 맛본 닭콩국수는 국물이 걸쭉하지 않아서 오히려 끝맛이 좀 더 개운하고 감칠맛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런 색다른 느낌의 국수를 맛볼 수 있게 되다니 정말 행복해지는 한 끼였어요. 웨이팅의 위기만 없다면 이 계절 메뉴가 없어지기 전에 평일 점심에도 방문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참외 껍질이 어디서 났나 했더니 국수의 고명으로 참외가 올라가 있어요. 간간한 국물과 면을 씹다가 참외를 딱 함께 씹으면 달큰한 맛이 섞이면서 끝맛에 달달함이 남는 기분 좋은 마무리가 되더라고요. 이 부분 또한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로 아주 많은 양의 음식을 먹지는 못하게 되었는데요, 게다가 메뉴마다 많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많이 먹지 못하는 게 생겼는데 국수, 면 종류는 많이 못 먹는 음식이 되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물도 함께 곁들여 먹게 되면서 더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이 한 그릇이 양이 엄청 푸짐하다 정도는 아니지만 저는 남겼어요. 면 추가를 못한 제 남자친구가 저 대신 면을 깔끔하게 클리어 해주었답니다. 하하. 게다가 저는 국물 종류는 거의 건더기만 건져 먹는 편이에요. 원래 달달한 음식이 아니면 잘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국물은 그 한 숟갈에 몸에 나쁜 뭔가가 같이 들어있는 것만 같아서 잘 안 먹습니다. 그런데 이 닭콩국수는 목넘김도 좋으면서 그런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 후룩 후룩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어요. 콩국수 특유의 텁텁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국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합정 맛집 고미태는 계졀 면요리를 내놓는 식당으로 가을로 접어들고 겨울로 접어들면 또 새로운 메뉴가 등장할 것 같아요. 겨울에는 라멘 종류를 내놓으시는 것 같은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아가서 어떤 요리들이 나오나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참,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단일 메뉴이다 보니 가게 내부에 콩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고요. 역하다 싶을 정도로 콩 냄새가 심해서 저는 원래 콩 비린내 이런 게 뭔지 잘 몰랐는데 이 가게를 통해서 알게된 기분이었어요. 초반에는 이 가게 내부에 퍼진 콩 냄새 때문에 음식이 걱정스러웠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닭콩국수의 맛은 이 비린내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초 깔끔하고 맛있고 신선한 메뉴이니 잘 견디고 자리에 앉아 있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합정역 주변에 데이트가 있거나 약속이 있으신 분들은 여름철 별미 콩국수를 또 특이하게 조리한 닭콩국수로 한 끼 든든하게 채워보시길 추천드릴게요. 후회하지 않는 메뉴 선정이 되실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본격적인 다이어트 주제였으면 좋겠네요. 하하.
그럼, 또 새로운 글거리로 찾아오겠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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